영화리뷰34 범죄도시 리뷰 (실화, 마석도, 장첸) 처음 범죄도시를 봤을 때 "또 조폭 영화네" 싶었습니다. 2000년대 초 충무로를 휩쓸었던 그 장르가 돌아온 것 같아 큰 기대 없이 앉았는데, 두 시간 후엔 완전히 생각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마석도라는 캐릭터 하나가 그 모든 선입견을 날려버렸고, 장첸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손에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실화가 만들어낸 설득력, 그 배경부터 짚어야 합니다범죄도시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닙니다. 금천경찰서 강력 1반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윤석호 형사가 담당했던 두 사건, 즉 왕건이파 조선족 14명의 살인미수 혐의 구속 사건과 가리봉동 연변 조직 흑사파 검거 사건을 합쳐 각색한 작품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봤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세트라고는 믿기 힘든 가리봉동 연변거리의 질감, 쪽방 골목의 .. 2026. 5. 26. 검사외전 (감옥, 배우연기, 범죄코미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법정 드라마 특유의 딱딱함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시작 5분 만에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검사와 능글맞은 사기꾼이 손을 잡는다는 설정 하나가 영화 내내 쉬지 않고 웃음을 끌어냈고, 970만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몸소 납득했습니다.감옥이라는 공간, 어떻게 영화적으로 설득시켰을까영화 속 교도소 장면을 처음 보셨을 때 "어, 이거 미국 교도소 같은데?" 하는 느낌을 받으신 분이 있을까요? 저도 그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이 영화의 교도소는 미국 스타일로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대구 지역 교도관들이 단체 관람 후 아무런 피드백도 남기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질 정도로 현실과 거리가 있었습니다.그럼에도 저는 이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 2026. 5. 23. 헬로우 고스트 (자살 시도자, 귀신설정, 영화 추천) 결말이 워낙 유명한 영화라, 저는 이미 어떻게 끝날지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증거였습니다. 혼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려 했던 한 남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헬로우 고스트입니다.자살 시도자와 귀신의 동거, 어떻게 코미디가 됐을까자살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이렇게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주인공 강상만은 몇 번의 자살 시도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갑자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꼴초 아저씨, 울보 아주머니, 변태 귀신, 꼬마 귀신까지 총 네 명의 귀신이 그의 몸을 함께 쓰겠다며 찾아옵니다.여기서 잠깐, 이 영화가 활용하는 장르적 개념인 빙의.. 2026. 5. 20. 밀수 리뷰 (70년대 밀수, 캐릭터 분석, 음악과 연출) 여름마다 반복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기대작을 보러 갔다가 "역시 기대가 너무 컸나" 싶은 씁쓸함을 안고 나오는 상황 말입니다. 류승완 감독에 김혜수·염정아·조인성 라인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그 불안이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엔 기우였습니다.해녀 밀수의 실제 배경, 왜 70년대인가영화를 보기 전에 한 가지 배경 지식을 알고 가시면 이야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밀수 역사는 1970년 관세청 발족을 기준으로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관세청 발족 이전인 60년대에는 탱크 엔진을 얹어 개조한 소형 선박, 이른바 쾌속정 밀수선이 활개를 쳤습니다. 당시 세관 단속선보다 세 배가량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고 하니,.. 2026. 5. 13. 킹메이커 (선거판, 이상과현실, 지역감정)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기다렸던 영화인데, 솔직히 이런 경우 대부분 실망으로 끝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킹메이커는 달랐습니다. 보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고, 며칠이 지난 지금도 대사 몇 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영화가 이 정도 밀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1960년대 목포, 그 선거판의 온도킹메이커는 2021년에 개봉한 한국 정치 드라마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과 선거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 속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창대는 엄창록을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엄창록은 당시 선거판에서 '선거판의 여우'라 불렸던 인물인데, 이 별명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지 느끼게 됩니다.영화의.. 2026. 4. 30. 엑시트 리뷰 (재난영화, 페이소스, 한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19년 여름, 재난영화라는 장르 앞에 코미디와 청춘 드라마를 버무린 영화가 942만 관객을 끌어모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보는 여름 블록버스터겠지"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이 영화에 숨겨진 제작 비화들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재난영화로서의 자격 검증일반적으로 재난영화라고 하면 대규모 피해 장면, 즉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쓸려나가는 재난 스펙터클(disaster spectacle)이 장르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재난 스펙터클이란 재난의 물리적 규모를 시각적으로 압도적으로 표현하는 연출 방식을 뜻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기준으로 엑시트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점수가 후하게.. 2026. 4. 27.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