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34 모가디슈 리뷰 (소말리아, 신파, 류승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북한 소재 영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또 그 패턴이겠구나" 싶었거든요. 눈물 짜는 신파, 억지 감동, 태극기 휘날리는 엔딩. 그 공식에 지쳐있던 저로서는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이걸 만들었다고?"1991년 소말리아, 그 사건이 영화가 되기까지일반적으로 남북한 소재의 영화는 이념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 모가디슈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배경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입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UN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표를 얻어야 하는 처지였고, 그 일환으로 소말리아에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여기서 UN 가입 문제란, 냉전 시절 남북한이 .. 2026. 4. 8. 국가부도의 날 (외환보유고, 모라토리엄, 공감)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왓챠 앱을 켠 일이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시리즈를 검색하면서 '나는 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인데, 보고 나면 경제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영화에서 가장 서늘했던 장면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이 외환보유고를 들여다보는 부분이었습니다. 외환보유고란 국가가 보유한 외화 자산 총액으로, 수입 대금 결제나 외채 상환에 직접 쓰이는 국가 재정의 최후 방어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9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이었고, 그 수준에서는 수입 대금을 정부가 보증하지 못하는 상황, 즉 사실상의 국가 부.. 2026. 4. 6. 남한산성 영화 리뷰 (삶과 명예, 강렬한 대사, 지도자의 무게) 역사 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까지 숨이 막힐 수 있을까요? 영화 '남한산성'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극장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636년 겨울, 청나라에 포위당한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이 남한산성이라는 좁은 성 안에 갇혀 47일간 버텨낸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했던 건, 화려한 액션이나 영웅적 서사 대신 두 신하의 대립하는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입니다.삶과 명예 사이, 두 신하의 절절한 대립영화의 중심에는 주화파(主和派)의 최명길과 척화파(斥和派)의 김상헌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화파란 적국과의 화친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입장을, 척화파란 오랑캐에게 무릎 꿇을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자는 입장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저는 예전에 한국사.. 2026. 3. 27. 궁합 영화 (완성도, 역학3부작, 관상비교) 솔직히 저는 〈궁합〉을 보면서 "관상까지 봤으니 이왕이면 끝까지 보자"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역학 3부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작품인데 개봉이 3년이나 미뤄진 것부터 이상했고, 실제로 보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넷플릭스로 보다가 제가 졸아서 남편이 23분 남겨두고 끄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궁합〉은 2015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2018년에야 개봉한 작품입니다. 이승기가 전역할 때까지 개봉하지 않았다는 점부터 뭔가 석연치 않았죠. 영화의 구성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영화는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사나운 팔자를 타고난 송화 옹주의 혼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가뭄이 계속되자 영조는 점술가의 말에 따라 송화 옹주를 혼인시키면 하늘도 감동해 비를 내.. 2026. 3. 18. 천문 하늘에 묻는다 (천재, 명나라, 하늘) 역사 속 위인을 다룬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때마다 저는 늘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제가 가장 존경했던 두 인물,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한 화면에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2019년 개봉한 는 조선 최고의 성군과 천재 과학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단순한 위인전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세종과 장영실, 신분을 넘어선 두 천재의 만남영화는 세종대왕이 타고 있던 가마(輿)가 부서지는 사고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가마란 조선시대 왕이나 고위 관료가 타던 이동 수단으로, 오늘날의 의전 차량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가마를 제작한 장인 장영실은 곤장을 맞고 파직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 2026. 3. 17. 국제시장 영화 리뷰 (흥남철수, 파독광부, 이산가족) 여러분은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울어보셨나요? 저는 솔직히 국제시장을 처음 봤을 때 극장에서 손수건을 꺼낼 줄은 몰랐습니다. 2014년 개봉 당시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 작품은, 단순한 감동 영화를 넘어 우리 부모 세대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물이었습니다. 부산 국제시장이라는 실존 공간을 배경으로, 한국전쟁부터 베트남전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흥남철수 작전부터 시작되는 가족의 이별, 역사를 몰랐던 제가 배운 것영화는 1950년 흥남철수 작전 장면으로 시작되는데요, 부끄럽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전쟁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흥남철수 작전이란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북쪽에서 .. 2026. 3. 12.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