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0 영화 1987 리뷰 (시대적 배경, 연출 분석, 현재 의미)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울지 않으려고 버텼습니다. 근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냥 무너졌어요. 몇 년에 한 번씩 꺼내 보는 영화가 있는데, 영화 1987이 그런 작품입니다. 오늘 다시 넷플릭스로 돌려보고 나서 이 글을 씁니다.1987년 그날의 재현, 시대적 배경이 영화의 출발점은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당시 경찰 발표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말이 실제로 통하던 시절이었습니다.영화는 그 거짓말이 어떻게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지를 실화 기반으로 촘촘하게 담아냈습니다. 여기서 6월 민주항쟁이란, 전두환 정권의 독재와 .. 2026. 4. 16. 더 킹 리뷰 (주인공, 권력 중독, 열린 결말)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그 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놈이라면, 우리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반신반의하면서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결론적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은 한국 정치 스릴러 장르에서 꽤 드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정의로운 검사'가 아니라, '권력에 중독된 검사'의 시선으로 현대사를 훑는 방식입니다.타락한 주인공이라는 설정, 불편한가 매력인가영화의 주인공 박태수는 처음부터 대단히 솔직한 인물입니다. 검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정의 구현이 아니라, 진짜 힘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이걸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충분히 있습니다. 주인공이 공감 가능해야 몰입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박태수라는 .. 2026. 4. 15. 영화 대호 (산군, 부성애, 일제강점기) 평론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보류해 둔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럴 때 오히려 더 끌리는 편입니다. 영화 대호가 딱 그랬습니다. 평점은 썩 좋지 않았지만, '산군이라 불리는 호랑이와 인간 포수의 대결'이라는 한 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제게 가족 영화이자 판타지였습니다.산군, 조선의 정기를 담은 존재영화의 배경은 1925년 일제강점기 조선입니다. 일본군은 민족의 기운을 꺾기 위해 지리산에 남은 마지막 호랑이, 산군 대호를 잡으려 합니다. 여기서 산군이란 산의 주인, 즉 영역 내 최상위 포식자를 가리키는 말로, 민간에서는 산신(山神)으로 숭배하던 존재입니다. 단순한 맹수가 아니라 한반도의 자연 질서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죠.제가 이 설정에 반응한 건 단순히 스펙터클을 기.. 2026. 4. 14. 말모이 리뷰 (민족 말살 정책, 유해진과 윤계상, 민들레) 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한글 사전을 만드는 이야기라니, 극적인 액션도 없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올해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수업 시간마다 조선어학회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본 것이 오히려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국어학과 수업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처음 조선어학회라는 단어를 수업에서 들었을 때, 저는 그게 단순히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 모임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들을수록 이 학회가 어떤 시대적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는지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영화 말모이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영화 제목인 '말모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이름에서 왔습니다. .. 2026. 4. 13. 안시성 리뷰 (감동포인트, 연출논란, 역사의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안시성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냥 스펙터클한 전투씬 하나 보고 나오겠거니 했습니다. 5천 대 20만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 그리고 그 싸움을 실제로 우리 조상들이 해냈다는 사실이 화면을 보는 내내 심장을 짓눌렀습니다. 영화 한 편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따라붙을 줄은 몰랐습니다.감동포인트: 심장이 20번은 시렸던 장면들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전투 스펙터클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토산 점령을 앞둔 전날 밤, 양만춘과 사물이 나누는 대사가 있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보다 먼저 죽지 마라." 그러자 상대가 웃으며 받아칩니다. "너야말로 저 세상 가더라도 나보다 오래 늦게 와라." 아이처럼 웃으면서요. 이 장면에서 저는 진짜 먹먹해졌습니다. .. 2026. 4. 11. 한산: 용의 출현 (학익진, 거북선, 지장)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극장에 간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반대였습니다. 이길 것을 이미 알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개봉 첫 주에 좌석을 예매했습니다. 한산도대첩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이자 전 세계 해전사에서도 손꼽히는 전투입니다. 결말을 알고 있었는데도 가슴이 뛰었다는 게, 돌이켜보면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학익진, 알고 보면 훨씬 더 무섭다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구사하는 핵심 전술은 학익진(鶴翼陣)입니다. 학익진이란 말 그대로 학이 날개를 펼친 형태로 함대를 배치하는 포위 전술인데, 적선을 중앙으로 유인한 뒤 양쪽에서 집중포화를 퍼붓는 방식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냥 '반원 대형' 정도로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대형이 얼마나 유지하기 어려운 전술인.. 2026. 4. 10. 이전 1 2 3 4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