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법정 드라마 특유의 딱딱함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시작 5분 만에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검사와 능글맞은 사기꾼이 손을 잡는다는 설정 하나가 영화 내내 쉬지 않고 웃음을 끌어냈고, 970만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몸소 납득했습니다.
감옥이라는 공간, 어떻게 영화적으로 설득시켰을까
영화 속 교도소 장면을 처음 보셨을 때 "어, 이거 미국 교도소 같은데?" 하는 느낌을 받으신 분이 있을까요? 저도 그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이 영화의 교도소는 미국 스타일로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대구 지역 교도관들이 단체 관람 후 아무런 피드백도 남기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질 정도로 현실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이 영화는 리얼리즘(사실주의)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얼리즘이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창작 태도를 말하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유쾌한 오락물로서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교도소 내부에서 담배를 단체로 피우는 장면이나, 교도소장이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현실과 맞지 않더라도 그냥 넘어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조계에 문외한인 저 같은 관객은 오히려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셈인데, 알고 나면 설정 붕괴에 가까운 장면들도 꽤 됩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촬영 방식 중 하나가 롱테이크(long take)입니다.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촬영하는 기법으로, 배우의 감정이 끊기지 않고 한 호흡으로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옥상 씬이 대표적인데, 원래 여러 컷으로 나눌 계획이었지만 배우들의 현장 호흡이 너무 좋아서 즉석에서 롱테이크로 전환했고, 첫 번째 테이크를 그대로 최종본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 장면을 다시 돌려봤을 때 그냥 두 배우가 진짜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핵심 촬영 비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새만금 간척지 오프닝 씬: 보조출연자 100명 이상, 단 하루 만에 전부 촬영 완료
- 건전지와 은박지로 담뱃불을 붙이는 장면: 감독이 만화책에서 착안한 설정으로, 강동원 배우가 실제로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함
- 교도소 식당 담배 연기: 실제 담배를 피워 채우고 스모그로 분위기를 보강
- 옥상 롱테이크: 첫 번째 테이크를 최종본으로 사용
황정민과 강동원, 두 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로 황정민 배우를 처음 접했는데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기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 사람이 진짜 억울한 검사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마지막 법정 씬 촬영 3일 동안 황정민 배우가 거의 식사를 거르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굶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진짜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를 배우의 입장에서 보면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에 가까운 태도입니다. 메소드 연기란 배우가 캐릭터의 심리와 신체 상태를 실제로 체험하며 역할에 몰입하는 연기 방식입니다. 의도한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강동원 배우의 경우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제가 강동원 배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사람이 화면에 나오면 그냥 집중이 됩니다. 연기력과는 별개로 존재 자체가 스크린을 채우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한치원이라는 사기꾼 캐릭터는 능글맞고 눈치가 빠르면서도 의리가 마냥 넘치지 않는, 굉장히 인간적인 인물인데 그게 강동원 배우와 정말 잘 맞았습니다.
특히 선거 유세 씬에서 8시간가량 춤을 추다가 나중에는 헛구역질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제가 직접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절제된 춤이었다가 촬영 중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완전히 막 추는 방향으로 바꿨다고 하니, 그 장면의 자유로운 에너지가 어디서 나온 건지 이해가 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설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 97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경쟁작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chemistry)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 숫자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케미스트리란 배우 사이의 자연스러운 호흡과 상호작용을 뜻하는 표현으로, 이 영화에서는 두 배우가 처음 팀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파트너처럼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죄 코미디 장르, 이 영화가 보여준 가능성은 무엇인가
범죄 코미디(crime comedy)라는 장르 자체가 꽤 까다로운 균형을 요구합니다. 범죄 코미디란 범죄 서사의 긴장감과 코미디의 웃음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장르로,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전체 분위기가 무너집니다.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균형을 잘 잡았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저는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보다 보는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해서 즐기고, 끝나면 가벼운 기분이 남는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 취향을 가진 저에게 이 영화는 거의 완벽한 선택이었습니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속도가 처지는 구간도, 지나치게 빠르게 치고 나가는 구간도 없었습니다.
물론 법적 리얼리티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지점들이 있습니다. 과실치사 혐의로 15년 형이 선고되는 장면은 실제 유사 사건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과도한 형량입니다. 실제로 2002년 서울지검 피해자 사망 사건에서는 해당 검사가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같은 동기 검사가 현직 검사를 기소한다는 설정도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영화적 쾌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현실이었다면 이렇게 통쾌하게 풀리지 않았겠지요. 국내 범죄 코미디 장르의 흐름을 보면, 이 영화는 그 이전에 나왔던 작품들과 비교해도 캐릭터의 입체성 면에서 한 단계 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출처: 씨네21).
어느 캐릭터 하나 밋밋하지 않았습니다. 변재욱의 완고함, 한치원의 능글거림, 양민우의 야망, 우종길의 냉혹함까지 전부 제 역할을 했습니다. 이 균형이 영화 전체를 통통 튀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머리 비우고 보기에 딱 좋으면서도 배우들의 진지한 열정이 곳곳에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강동원 배우의 춤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됩니다. 이미 보셨다면 그 장면이 8시간짜리 촬영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다시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