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24 킹메이커 (선거판, 이상과현실, 지역감정)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기다렸던 영화인데, 솔직히 이런 경우 대부분 실망으로 끝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킹메이커는 달랐습니다. 보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고, 며칠이 지난 지금도 대사 몇 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영화가 이 정도 밀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1960년대 목포, 그 선거판의 온도킹메이커는 2021년에 개봉한 한국 정치 드라마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과 선거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 속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창대는 엄창록을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엄창록은 당시 선거판에서 '선거판의 여우'라 불렸던 인물인데, 이 별명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지 느끼게 됩니다.영화의.. 2026. 4. 30. 엑시트 리뷰 (재난영화, 페이소스, 한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19년 여름, 재난영화라는 장르 앞에 코미디와 청춘 드라마를 버무린 영화가 942만 관객을 끌어모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보는 여름 블록버스터겠지"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이 영화에 숨겨진 제작 비화들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재난영화로서의 자격 검증일반적으로 재난영화라고 하면 대규모 피해 장면, 즉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쓸려나가는 재난 스펙터클(disaster spectacle)이 장르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재난 스펙터클이란 재난의 물리적 규모를 시각적으로 압도적으로 표현하는 연출 방식을 뜻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기준으로 엑시트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점수가 후하게.. 2026. 4. 27. 아이 캔 스피크 (서사, 위안부 역사, 우리의 역할) 2018년 현재 기준,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39명 중 생존자는 단 27명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솔직히 처음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명절 특선으로 처음 봤을 때도 눈물이 났지만, 두 번째로 마주한 는 훨씬 더 뭉클하고 오래 남았습니다.말하기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쌓인 서사영화의 첫인상은 위안부 영화가 아니라 민원인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구청을 발칵 뒤집어 놓는 민원의 달인 옥분 여사가 등장하고, 9급 신입 공무원 민재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꽤 오래 이어집니다. 처음 봤을 때는 이 빌드업이 길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핵심 주제인 위안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이후는 빠르게 전개됩니다.그런데 이게 의도된 구조.. 2026. 4. 25. 헤어질 결심 (미장센, 연기, 호불호)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바로 어제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신랑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는데, 저는 반대로 가슴이 너무 절절해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하기 싫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평점보다 높았던 현장의 온도솔직히 처음엔 평점만 보고 '그냥 잘 만든 상업 영화겠지' 싶었습니다. 미리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리뷰를 거의 찾아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아무런 준비 없이 영화관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게 오히려 잘한 선택이었습니다.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느낀 건, 이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사 한 줄, 표정 하나로 상황을 통째로 던져주는 방식이었는데,.. 2026. 4. 23. 영화 헌트 리뷰 (시사회, 실화 모티브, 카메오) 전두환이 아웅산 테러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차 고장 때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2022년 7월 27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헌트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는데, 그때만 해도 단순한 첩보 액션 영화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그냥 오락 영화가 아니었습니다.시사회에서 만난 헌트, 기대와 현실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라는 소식이 먼저 퍼졌습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란 칸 영화제 내에서 비경쟁 부문으로 운영되는 섹션으로, 상업적 오락성과 순수한 재미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쉽게 말해 예술성보다 대중성에 방점을 찍은 작품들이 모이는 곳이죠. 그만큼 해외에서 호평이 자자하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개봉 전부터 꽤 오래 기다리고.. 2026. 4. 20. 영화 대호 (산군, 부성애, 일제강점기) 평론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보류해 둔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럴 때 오히려 더 끌리는 편입니다. 영화 대호가 딱 그랬습니다. 평점은 썩 좋지 않았지만, '산군이라 불리는 호랑이와 인간 포수의 대결'이라는 한 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제게 가족 영화이자 판타지였습니다.산군, 조선의 정기를 담은 존재영화의 배경은 1925년 일제강점기 조선입니다. 일본군은 민족의 기운을 꺾기 위해 지리산에 남은 마지막 호랑이, 산군 대호를 잡으려 합니다. 여기서 산군이란 산의 주인, 즉 영역 내 최상위 포식자를 가리키는 말로, 민간에서는 산신(山神)으로 숭배하던 존재입니다. 단순한 맹수가 아니라 한반도의 자연 질서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죠.제가 이 설정에 반응한 건 단순히 스펙터클을 기.. 2026. 4. 1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