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2 엑시트 리뷰 (재난영화, 페이소스, 한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19년 여름, 재난영화라는 장르 앞에 코미디와 청춘 드라마를 버무린 영화가 942만 관객을 끌어모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보는 여름 블록버스터겠지"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이 영화에 숨겨진 제작 비화들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재난영화로서의 자격 검증일반적으로 재난영화라고 하면 대규모 피해 장면, 즉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쓸려나가는 재난 스펙터클(disaster spectacle)이 장르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재난 스펙터클이란 재난의 물리적 규모를 시각적으로 압도적으로 표현하는 연출 방식을 뜻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기준으로 엑시트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점수가 후하게.. 2026. 4. 27. 82년생 김지영 리뷰 (원작 비교, 페미니즘, 연출)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이걸 어떻게 영화로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 극장 문을 열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앉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바라보며 든 첫 생각은 의외로 복잡했습니다. 페미니즘 논란 작품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섣불리 판단받는 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영화 자체를 들여다보면 짚어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원작과 영화, 무엇이 달라졌나원작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지영의 유년 시절부터 결혼, 출산까지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연대기적 서술이란 사건이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독자가 인물의 성장 배경을 단계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영화는 엄마가 된 지영의 현재부터 시.. 2026. 4. 26. 아이 캔 스피크 (서사, 위안부 역사, 우리의 역할) 2018년 현재 기준,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39명 중 생존자는 단 27명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솔직히 처음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명절 특선으로 처음 봤을 때도 눈물이 났지만, 두 번째로 마주한 는 훨씬 더 뭉클하고 오래 남았습니다.말하기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쌓인 서사영화의 첫인상은 위안부 영화가 아니라 민원인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구청을 발칵 뒤집어 놓는 민원의 달인 옥분 여사가 등장하고, 9급 신입 공무원 민재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꽤 오래 이어집니다. 처음 봤을 때는 이 빌드업이 길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핵심 주제인 위안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이후는 빠르게 전개됩니다.그런데 이게 의도된 구조.. 2026. 4. 25.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시대적배경, 내부고발, 토익제도) 토익 점수가 없으면 승진이 안 된다는 회사 규정,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질문을 이 영화를 보면서 반대로 뒤집어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그 불합리한 규정이 오히려 유일한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요. 영화 은 토익 준비 과정을 다룬 직장인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 내 환경오염 은폐와 내부고발(whistleblowing)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시대적 배경 — 1995년 글로벌화와 토익 제도의 등장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5년, YS 정권이 세계화(globalization)를 국가 의제로 내세우던 시기입니다. 세계화란 국가 간 경제·문화·제도적 장벽을 낮추고 상호 연결성을 높이는 흐름을 말하는데, 그 여파로 기업들이 앞다퉈 영어 능력을 채용과 승진의 핵심 기준으.. 2026. 4. 24. 헤어질 결심 (미장센, 연기, 호불호)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바로 어제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신랑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는데, 저는 반대로 가슴이 너무 절절해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하기 싫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평점보다 높았던 현장의 온도솔직히 처음엔 평점만 보고 '그냥 잘 만든 상업 영화겠지' 싶었습니다. 미리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리뷰를 거의 찾아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아무런 준비 없이 영화관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게 오히려 잘한 선택이었습니다.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느낀 건, 이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사 한 줄, 표정 하나로 상황을 통째로 던져주는 방식이었는데,.. 2026. 4. 23. 하이재킹 (실화배경, 긴장감, 아쉬운점) 1971년 실제 발생한 여객기 납치 사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VIP 쿠폰을 소진하려고 이번 주 내내 영화관을 들락거렸는데, 일요일 저녁에야 겨우 이 글을 씁니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앉았다가 나름 복잡한 감정으로 극장을 나온 작품입니다.실화 배경과 시대적 맥락영화 하이재킹은 1971년에 실제로 일어난 국내 여객기 납치 미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영화는 1969년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주인공 태인이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활동하던 시절, 여객기 한 대가 북으로 향하는 상황을 목격하는 장면이죠. 그 여객기 기장이 자신의 선배였고, 하이재킹(항공기 납치, 즉 비행 중인 항공기를 무력으로 탈취하는 범죄 행위)을 당한 것을 감지하면서.. 2026. 4. 22. 이전 1 ··· 4 5 6 7 8 9 10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