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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촬영비하인드, 빌런분석, 시리즈흥행)

by yooniyoonstory 2026. 5. 27.

범죄도시2 영화 포스터


영화관에서 범죄도시 2를 보고 나오는 길에 동행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1,200만이 든 거야, 진짜?"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이해됐습니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자체가 죽어있던 시절에 이 영화 하나가 사람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모은 건데, 보고 나면 그 이유가 납득이 됩니다. 저도 직접 봤을 때 예상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아서 솔직히 놀랐습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역설적인 촬영 현장

범죄도시 2는 제작 과정부터가 남다릅니다. 베트남 호찌민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상당한데, 실제로는 대부분 국내에서 촬영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 로케이션이 불가능해지면서 제작진은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로케이션 헌팅(location hunting)이란 영화 촬영 전에 배경이 될 장소를 미리 탐색하고 결정하는 사전 작업을 의미합니다. 범죄도시 2 제작진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베트남 현지 헌팅을 여러 차례 진행한 덕분에 쌓아둔 시각적 레퍼런스가 있었고, 그걸 토대로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군산 새만금의 갈대밭을 사탕수수밭으로 탈바꿈시키고,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은 베트남에서 찍어온 소스 영상과 CG 합성으로 처리했습니다. 한여름 가장 더운 날을 골라 촬영했다는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디테일입니다.

병원 세트는 더 극단적입니다. 단종된 타일을 어렵게 구해 붙이고, 벽에 국수 국물을 발라 냄새까지 베트남스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미술팀의 집착이 단순한 프로정신을 넘어섭니다. 제가 이 비하인드를 알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봤을 때 오히려 더 몰입이 됐는데, 그게 결국 관객이 느끼는 몰입감(immersion)의 정체구나 싶었습니다. 몰입감이란 관객이 스크린 속 세계를 실제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연출 효과를 말합니다.

촬영 과정에서 어려움이 컸던 주요 장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베트남 거리 장면: 군산 새만금 + CG 합성
  • 호찌민 병원 세트: 광주 세트장, 단종 타일 수작업 시공
  • 공항 내부: 고향 체육관을 미술·CG로 변환
  • 도박장 장면: 경기도 광주 빈 창고 세팅
  • 차량 추격 신: 광주 NC백화점 앞과 구로 테크노마트 주차장 분리 촬영

코로나가 제약을 걸었지만, 오히려 그 제약이 제작진의 창의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셈입니다.

강해상이라는 빌런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저는 범죄도시 2를 보면서 손석구 배우의 강해상 캐릭터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1편의 장첸을 기준으로 삼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 두 캐릭터는 비교 자체가 좀 다른 축에 있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거나 확장되는지를 나타내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장첸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혹하고 묵직한 중심추 같은 악인이었다면, 강해상은 좀비처럼 맞고도 일어나는 신체적 공포와 함께,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손석구 배우가 이 캐릭터를 위해 1년 넘는 촬영 기간 동안 태닝을 유지하고,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극단적인 감량을 피했다는 사실은 그 완성도가 우연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저는 사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달달한 구 씨를 봤던 직후에 강해상을 마주해서 충격이 두 배였습니다.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빛 자체가 달랐습니다. 손석구 배우가 마석도, 즉 마동석 배우보다 더 큰 사람과 먼저 싸우는 장면을 제안해 엘리베이터 신이 추가됐다는 것도 이 배우의 캐릭터 이해도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솔직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가 1편보다 밝은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악역의 공포감이 희석되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장이수 캐릭터가 대놓고 유머 담당으로 굳어지고, 다른 형사들도 전반적으로 여유롭게 그려지다 보니 강해상이 등장하는 장면과의 온도 차가 간혹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연출의 문제라기보다 시리즈 전체 톤을 가볍게 가져가려는 선택의 결과로 보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범죄도시 2는 2022년 개봉작 중 최다 관객을 기록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시장 회복의 분기점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시리즈 흥행이 말해주는 것

범죄도시 2가 1,200만, 3편이 천만을 돌파하면서 이상용 감독은 데뷔작부터 쌍 천만 감독이 됐습니다. 이건 수치만 봐도 꽤 이례적인 일입니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천만 관객은 그 자체로 흥행의 최상위 기준선인데, 감독 데뷔 두 편이 연속으로 그 선을 넘었다는 건 단순한 운이 아니라 시리즈 자체의 구조적 완성도 덕분이라고 봅니다.

프랜차이즈 시네마(franchise cinema)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같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관객의 충성도를 쌓아가는 영화 사업 방식을 말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대표적인데, 국내에서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가장 성공적으로 그 구조를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마동석 배우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캐릭터의 연속성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방식이 이 시리즈를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독립된 세계로 만들어줍니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1편 강력반 멤버 중 일부가 2편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생긴 공백을 새 막내 형사로 채웠는데, 그 캐릭터가 1편의 막내처럼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건 제가 직접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란 여러 캐릭터가 함께 있을 때 만들어지는 집단적 시너지와 개성의 조화를 의미하는데, 이 부분에서 2편이 1편보다 한 걸음 뒤처진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국내 시리즈 영화 중 최단기간 내 누적 관객 3,000만을 돌파한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가 이 시리즈를 계속 챙겨보는 이유는 결국 단순합니다. 볼 때마다 예상보다 더 잘 만들어져 있고, 한 편 끝나면 다음 편이 궁금해집니다. 4편이 이미 개봉을 앞두고 있고 5, 6편 대본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마석도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성룡이 나이가 들어도 액션을 해내는 걸 보며 느끼는 감정이 있는데, 마동석 배우도 언젠가 그 지점에 다가갈 거라는 생각이 들면 묘하게 뭉클합니다. 그때도 이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Zdgo45ro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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