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2 영화 밀양 (전도연, 용서의 본질, 신의 존재)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슬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가 어쩌면 이렇게까지 깊이 파고들 수 있는지,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전도연과 송강호, 두 배우가 만들어낸 온도이 영화에서 전도연 배우가 맡은 신애는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마저 유괴당해 잃고, 신앙에 기댔다가 그마저도 산산조각 나는 인물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연기는 기술로 설명이 안 된다는 겁니다. 감정의 층위가 장면마다 다르고, 그 변화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는 내내 숨을 참게 됩니다.전도연 배우는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2026. 5. 22. 영화 국가대표 (실화, 캐릭터, 나가노올림픽) 저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800만 명이 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6년 동안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올림픽 시즌이 되자 문득 생각이 났고, 결국 보고야 말았습니다.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국가대표, 과연 그 감동이 괜한 과장은 아니었을까요?실화가 바탕이라 더 짠했던 탄생 배경이 영화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이유는 실제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대한민국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여러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급조했는데, 스키점프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스키점프(Ski Jumping)란 경사도 38도 이상의 도움닫기 경사로를 타고 내려와 도약대에서 공중으로 몸을 날린 뒤 착지 거리와 자세 점수로 순위를 겨루는 동계 스포츠 종목입니다. 단 한 번의 도약에.. 2026. 5. 21. 헬로우 고스트 (자살 시도자, 귀신설정, 영화 추천) 결말이 워낙 유명한 영화라, 저는 이미 어떻게 끝날지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증거였습니다. 혼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려 했던 한 남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헬로우 고스트입니다.자살 시도자와 귀신의 동거, 어떻게 코미디가 됐을까자살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이렇게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주인공 강상만은 몇 번의 자살 시도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갑자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꼴초 아저씨, 울보 아주머니, 변태 귀신, 꼬마 귀신까지 총 네 명의 귀신이 그의 몸을 함께 쓰겠다며 찾아옵니다.여기서 잠깐, 이 영화가 활용하는 장르적 개념인 빙의.. 2026. 5. 20. 건축학개론 (첫사랑, 오해, 치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은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그해 한국 멜로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았는데, 그 웃음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묘하게 따뜻한 종류의 것이었습니다.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일반적으로 첫사랑은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용기가 없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저는 그보다 더 단순한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오해입니다. 승민과 서연은 감정이 없어서 엇갈린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끝까지 확인하지 못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오독(誤讀)해버렸습니다. 여기서 오독이란 상대의 행동이나 말을 .. 2026. 5. 19. 설국열차 (기후 재앙, 꼬리칸, 캐스팅) 영화관 가기 전에 연양갱을 챙겨 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설국열차를 보고 나니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얼음으로 덮인 지구에서 달리는 열차 안에 펼쳐지는 계급 사회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영화입니다.기후 재앙과 열차라는 세계관, 어디까지 진짜처럼 느껴지나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은 곧바로 한 가지 질문을 갖게 됩니다. 도대체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요?설국열차의 설정은 이렇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달았고, 세계 79개국 정상들이 대기 냉각 물질인 CW-7을 살포하기로 합의합니다. 여기서 CW-7이란 영화 속 가상의 기후 공학 물질로, 실제로는 성층권에 에어.. 2026. 5. 17. 너의 결혼식 (첫사랑, 타이밍, 자존감) 버스를 탈 때마다 "환승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 적,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본 이후로 그 방송이 들릴 때마다 이 영화 생각이 납니다. 제목부터 결말을 예고하는 이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세 번의 만남이 만든 첫사랑의 서사너의 결혼식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우연과 승희의 이야기가 세 번의 시간대를 거쳐 펼쳐지는, 이른바 에피소드형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에피소드형 서사 구조란, 한 관계의 결정적 순간들만을 골라 시간 순으로 배치함으로써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단편적인 장면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완성된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죠.전주에서 강릉으로 전학 온.. 2026. 5. 16. 이전 1 2 3 4 5 6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