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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3

영화 대호 (산군, 부성애, 일제강점기) 평론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보류해 둔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럴 때 오히려 더 끌리는 편입니다. 영화 대호가 딱 그랬습니다. 평점은 썩 좋지 않았지만, '산군이라 불리는 호랑이와 인간 포수의 대결'이라는 한 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제게 가족 영화이자 판타지였습니다.산군, 조선의 정기를 담은 존재영화의 배경은 1925년 일제강점기 조선입니다. 일본군은 민족의 기운을 꺾기 위해 지리산에 남은 마지막 호랑이, 산군 대호를 잡으려 합니다. 여기서 산군이란 산의 주인, 즉 영역 내 최상위 포식자를 가리키는 말로, 민간에서는 산신(山神)으로 숭배하던 존재입니다. 단순한 맹수가 아니라 한반도의 자연 질서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죠.제가 이 설정에 반응한 건 단순히 스펙터클을 기.. 2026. 4. 14.
말모이 리뷰 (민족 말살 정책, 유해진과 윤계상, 민들레) 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한글 사전을 만드는 이야기라니, 극적인 액션도 없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올해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수업 시간마다 조선어학회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본 것이 오히려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국어학과 수업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처음 조선어학회라는 단어를 수업에서 들었을 때, 저는 그게 단순히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 모임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들을수록 이 학회가 어떤 시대적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는지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영화 말모이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영화 제목인 '말모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이름에서 왔습니다. .. 2026. 4. 13.
안시성 리뷰 (감동포인트, 연출논란, 역사의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안시성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냥 스펙터클한 전투씬 하나 보고 나오겠거니 했습니다. 5천 대 20만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 그리고 그 싸움을 실제로 우리 조상들이 해냈다는 사실이 화면을 보는 내내 심장을 짓눌렀습니다. 영화 한 편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따라붙을 줄은 몰랐습니다.감동포인트: 심장이 20번은 시렸던 장면들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전투 스펙터클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토산 점령을 앞둔 전날 밤, 양만춘과 사물이 나누는 대사가 있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보다 먼저 죽지 마라." 그러자 상대가 웃으며 받아칩니다. "너야말로 저 세상 가더라도 나보다 오래 늦게 와라." 아이처럼 웃으면서요. 이 장면에서 저는 진짜 먹먹해졌습니다. .. 2026. 4. 11.
모가디슈 리뷰 (소말리아, 신파, 류승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북한 소재 영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또 그 패턴이겠구나" 싶었거든요. 눈물 짜는 신파, 억지 감동, 태극기 휘날리는 엔딩. 그 공식에 지쳐있던 저로서는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이걸 만들었다고?"1991년 소말리아, 그 사건이 영화가 되기까지일반적으로 남북한 소재의 영화는 이념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 모가디슈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배경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입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UN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표를 얻어야 하는 처지였고, 그 일환으로 소말리아에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여기서 UN 가입 문제란, 냉전 시절 남북한이 .. 2026. 4. 8.
국가부도의 날 (외환보유고, 모라토리엄, 공감)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왓챠 앱을 켠 일이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시리즈를 검색하면서 '나는 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인데, 보고 나면 경제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영화에서 가장 서늘했던 장면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이 외환보유고를 들여다보는 부분이었습니다. 외환보유고란 국가가 보유한 외화 자산 총액으로, 수입 대금 결제나 외채 상환에 직접 쓰이는 국가 재정의 최후 방어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9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이었고, 그 수준에서는 수입 대금을 정부가 보증하지 못하는 상황, 즉 사실상의 국가 부.. 2026. 4. 6.
남한산성 영화 리뷰 (삶과 명예, 강렬한 대사, 지도자의 무게) 역사 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까지 숨이 막힐 수 있을까요? 영화 '남한산성'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극장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636년 겨울, 청나라에 포위당한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이 남한산성이라는 좁은 성 안에 갇혀 47일간 버텨낸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했던 건, 화려한 액션이나 영웅적 서사 대신 두 신하의 대립하는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입니다.삶과 명예 사이, 두 신하의 절절한 대립영화의 중심에는 주화파(主和派)의 최명길과 척화파(斥和派)의 김상헌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화파란 적국과의 화친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입장을, 척화파란 오랑캐에게 무릎 꿇을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자는 입장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저는 예전에 한국사.. 2026.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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