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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캔 스피크> 관람 후기, 내 속이 다 후련해진 이유

오영어 2026. 9. 17. 23:09

목차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나문희 이제훈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예고편에서 봤던 청문회 장면, 영화를 보다가 온몸에 소름이 2번 돋았습니다. 그 절묘한 연출이 영화 속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소름, 두 번

    아이 캔 스피크 미국 청문회 연설 나문희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옥분(나문희 배우)이 영어를 배운 진짜 이유가 나오는데 바로 자신의 과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과거는 바로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로 살아온 나날들이었습니다. 사실 이 내용이 나오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이런 중대한 사안이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나옥분 할머니가 단상에 서서 발표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내용이 위안부 관련 내용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단상이 바로 미국에서 열린 청문회 자리였고 이 장면에서 2번 소름이 돋았습니다. 첫 번째 소름 돋은 장면은 바로 박민재(이제훈 배우)의 등장이었습니다. 청문회 시작 후 나옥분 할머니의 차례가 되었을 때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설마 저렇게 끝나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속에서 박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옥분 할머니는 그 소리를 듣고 어디서 들리는지 찾아보다 박민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자 긴장이 풀리게 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한국어로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두 번째 소름 돋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국어로 발표를 하던 나옥분 할머니가 바로 이어서 영어로 발표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당하고 유창한 영어 대사에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꼭 배워야만 했던 그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위안부 관련 청문회가 있었지만 그때는 한국어로만 발표를 했고 통역사들의 엉터리 통역 때문에 전달된 내용들이 전부 엉망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영어를 배워 오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하였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극적인 연출을 통해서 영화 속 내용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들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관객들로 하여금 마음속 깊이 새겨지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할머니 발언, 화도 나고 울컥

    청문회 자리에서 나옥분 할머니가 발표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니 정말 화도 나고 울컥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연설을 시작하기 전 할머니는 단상에서 윗옷을 살짝 올려 청문회 관계자들에게 배를 보여줍니다. 그곳에는 정말 끔찍한 흉터들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설을 시작하는데 방금 보여준 흉터와 그림은 자신이 위안부 일을 할 때 일본군들이 강제로 새겨놓은 칼자국과 낙서라고 말합니다. 이때부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에서부터 생겨났습니다.

    이후 그 경험을 한 나이가 겨우 13살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울컥했습니다. 13살이면 현재 기준으로 겨우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 되는 나이인데 그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 아동성착취범들이 하는 짓을 일본군들이 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이러한 진실을 묻으려고만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옥분 할머니는 영어로 일본인 관계자에게 강하게 한 마디를 합니다. '우리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대사에서 또다시 울컥했습니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왔으면서도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저지른 일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바란다는 것이 할머니의 속마음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끔찍한 행동들이 기억날 때마다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세월이 흘러 그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일본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것보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 세계인들 앞에서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HR121, 영화 보고 처음 알았다

    아이 캔 스피크 HR121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은 학교 역사 시간에 배웠기에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정확하게 몰랐습니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 나온 HR121에 대한 내용은 완전 처음 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영화에서 나왔던 청문회가 2007년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그때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HR121 결의안이 세계 최초로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건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하니 더 놀라웠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 사실을 아직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일본이 위안부 사건에 대한 사죄를 하긴 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1993년 고노 담화, 1994년 무라야마 담화 등 실제로 위안부 사건에 대한 사과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아베 총리가 사죄의 발표를 하면서 위안부를 정부나 군에서 강제 동원한 것이 아닌 민간업자가 한 것이라는 망언을 하면서 다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관련 합의를 진행하고 합의금 10억 엔을 주는 것으로 종결처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치유 재단을 설립하여 합의금을 지급하였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2019년에 재단이 해산되었습니다. 남아있는 합의금 반환 문제는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직까지 확실한 사과와 결론이 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제 남아 계신 피해자 할머니는 5명이라고 합니다. 생존자가 남아 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확실한 결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옥분 할머니가 일본 관계자에게 일본어로 따박따박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내 속이 다 후련해졌습니다. 흥분해서 소리치는 것이 아닌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진심이 더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정말 나문희 배우의 연기가 아닌 진심이 보인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