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9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별 극복, 성장, 리메이크) 소지섭이 스턴트맨 없이 수영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는 사실,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실제로 그가 수영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단순한 캐스팅 맞춤용 배경이 아니었던 거죠. 이 영화는 극장에 앉아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끝나는 뻔한 신파 멜로가 아닙니다.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 후에 남겨진 이가 어떻게 다시 삶을 지탱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꽤 묵직하고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이별 후 무너지는 일상, 감정을 여는 것부터 시작되는 치유이별이나 사별이 찾아온 뒤 일상의 뼈대가 통째로 흔들리는 경험을 해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밥도 제때 못 먹고, 출근도 마지못해 억지로 하며, 자꾸만 떠나간 사람의 기억에 발목 잡혀 버리는 먹먹한 상태 말입니다. 저도 그런 아픈 시기를 지나온 적이 있기에, 그때 이 영화.. 2026. 6. 30. 탐정 더 비기닝 리뷰 (케미, 장르 정체성, 연쇄살인) 코미디 형사물이 흥행하려면 웃음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사건이 먼저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스크린 앞에 앉아 극이 전개되는 것을 보다 보니 이 본질적인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권상우와 성동일이라는 신선한 두 배우의 조합이 만들어 낸 호흡은 분명히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 애초에 장르 설정을 조금 잘못 택한 건 아닐까"라는 아쉬움 섞인 생각도 쉽게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연기 호흡, 성동일의 중심과 권상우의 리듬권상우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과연 망가지는 코믹 연기가 잘 어울릴까"라고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영화 을 보면서 그 편견이 기분 좋게 깨졌습니다. 원래부터 생활 밀착형 코믹 연기에 남다른 소.. 2026. 6. 26. 영화 조커 (호아킨 피닉스, 사회적 메시지, 연출) 호아킨 피닉스가 20kg 가까이 감량하며 만들어낸 조커는, 개봉 당시부터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스핀오프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보기 전부터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을 느꼈고, 실제로 극장을 나서면서는 예상대로 한동안 기분이 묵직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왜 전 세계적인 명작 소리를 들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는지는 분명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기대치를 뛰어넘는 압도감다크나이트 속 히스 레저의 조커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혼돈 그 자체의 아이콘이었다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관객의 마음을 헤집어 놓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커라고 하면 압도적인 존재감과 잔인한 지능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제가 직접.. 2026. 6. 17. 정직한 후보 2 (속편, 하드캐리, 관람 추천) 최근 극장가 티켓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바쁜 일상 속에서 온 가족이 시간 맞춰 극장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1편을 정말 유쾌하게 봤던 기억을 붙잡고, 2편이 OTT에 올라올 때까지 꾹 참았다가 주말 저녁 올레티비를 통해 관람했습니다. 거실 소파에서 편하게 맛있는 야식을 먹으며 감상한 , 과연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만한 작품이었을지 솔직한 감상을 적어봅니다.2년 만의 속편, 전작의 이점을 얼마나 살렸을까한국 상업 영화계에서 흥행한 작품의 속편을 제작하는 것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과 캐릭터를 대중에게 설득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인물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죠. 제작사 입장에서도 리스.. 2026. 6. 11. 너의 결혼식 (첫사랑, 타이밍, 자존감) 버스를 탈 때마다 "환승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 적,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본 이후로 그 방송이 들릴 때마다 이 영화 생각이 납니다. 제목부터 결말을 예고하는 이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세 번의 만남이 만든 첫사랑의 서사너의 결혼식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우연과 승희의 이야기가 세 번의 시간대를 거쳐 펼쳐지는, 이른바 에피소드형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에피소드형 서사 구조란, 한 관계의 결정적 순간들만을 골라 시간 순으로 배치함으로써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단편적인 장면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완성된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죠.전주에서 강릉으로 전학 온.. 2026. 5. 16. 끝까지 간다 리뷰 (배경, 블랙 코미디, 엔딩 분석) 344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끝까지 간다'. 처음 봤을 때, 딱 10분 만에 "이거 보통 영화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관에 시체를 숨긴다는 설정, 현실적으론 말이 안 되는데 이상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기묘한 개연성이 저를 111분 동안 꼼짝 못 하게 붙들었습니다.관 속 시체, 그 기발한 설정이 나온 배경김성훈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귀향'이었다고 합니다. 여주인공이 남편 시체를 냉장고에 숨기는 장면을 보다가 "절대 걸리지 않는 방법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이 어머니 관 속이었던 겁니다.제가 직접 처음 그 설정을 접했을 때 느낀 건, 불가능인 듯 불가능 아닌 그 묘한 지점이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찾아야 하는 아이디어의 영역이 .. 2026. 5. 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