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10 닥터 두리틀 리뷰 (세계관, 캐릭터, 가치) 지난 2020년 개봉 당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평론가 신선도 지수가 있었습니다. 고작 14%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작품은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의 슈트를 벗어던진 후 처음으로 선택한 복귀작, 영화 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 작품을 감상했는데, 14%라는 수치가 다소 과하다 싶으면서도 영화가 끝나갈 때쯤에는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매력적인 세계관, 그러나 헐거웠던 가상 세계의 규칙들영화 은 동물과 실제로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의사라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영국 여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거대한 저택과 동물 보호구역을 하사 받은 인물이지만, 사랑하는 아내 릴리를 바다에서 잃은 뒤 세상과 완전히 담을 쌓.. 2026. 6. 9. 영화 담보 리뷰 (배경, 연기력, 아쉬운 점) 저는 "이래도 안 울 자신 있어?"라는 영화 후기들을 보고 묘한 승부욕이 생겼습니다.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모니터를 켰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역시나 눈물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영화 는 사채업자의 담보로 맡겨진 한 아이가 진짜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칫 뻔하고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익숙한 플롯이지만,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그 뻔함을 기분 좋은 감동으로 바꿔놓습니다. 거친 사채업과 아이의 만남, 불편함을 온기로 바꾸는 배경영화 의 출발점은 제법 묵직하고 쌉싸름합니다. 조선족 불법 체류자 가정의 아이 승이가 어머니의 강제 추방 과정에서 얼떨결에 사채업자 두석의 담보로 맡겨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돈을 대신해 아이가 담보가 된다는 설정 자체는 우리 현실의 어둡고 가혹한 .. 2026. 6. 8. 좀비딸 (원작 싱크로율, 부성애, 연출) 처음에 제목만 보고 공포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좀비"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미 잔뜩 겁을 먹었으니까요. 근데 막상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의 탈을 쓴 가족 드라마라는 것이었습니다. 웃음, 울컥함, 그리고 "사람을 보는 기준은 외형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꽤 무거운 질문까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가지고 나왔습니다.좀비 영화라는 선입견과 실제 사이일반적으로 좀비 영화라고 하면 서바이벌, 공포, 아비규환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공식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영화 초반부에는 분명 디스토피아적(dystopian) 설정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디스토피아적 설정이란 사회가 붕괴되거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세계관을 의미하는데, 변이 바.. 2026. 5. 31. 헬로우 고스트 (자살 시도자, 귀신설정, 영화 추천) 결말이 워낙 유명한 영화라, 저는 이미 어떻게 끝날지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증거였습니다. 혼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려 했던 한 남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헬로우 고스트입니다.자살 시도자와 귀신의 동거, 어떻게 코미디가 됐을까자살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이렇게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주인공 강상만은 몇 번의 자살 시도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갑자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꼴초 아저씨, 울보 아주머니, 변태 귀신, 꼬마 귀신까지 총 네 명의 귀신이 그의 몸을 함께 쓰겠다며 찾아옵니다.여기서 잠깐, 이 영화가 활용하는 장르적 개념인 빙의.. 2026. 5. 20. 영화 형 리뷰 (조정석, 신파 클리셰, 도경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틀어두었는데, 어느새 소파에 붙어 끝까지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영화 형은 그런 작품입니다. 억지로 앉혀두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부담 없이 스며드는 영화.조정석이라는 배우, 그리고 두식이라는 캐릭터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에서 조정석이 만들어낸 캐릭터 고두식은 단순히 웃긴 인물이 아닙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변화해 가는 과정이 꽤 촘촘하게 짜여 있습니다. 여기서 캐릭터 아크란 주인공이 서사 속에서 심리적·도덕적으로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궤적을 의미합니다. 처음엔 가석방을 위해 동생을 '팔아먹은' 민폐 덩어리로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밑에 숨어 있던 형으로서의 감.. 2026. 5. 3. 세자매 (가족 서사, 트라우마, 구원) 가족 모임 자리에서 괜히 더 웃고, 더 밝게 굴었던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속은 뭔가 꽉 막힌 것 같은 그 기분. 영화 세자매를 보고 나서야 그 감각이 어디서 온 건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는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안에서 쌓인 상처가 어떻게 각자의 삶을 망가뜨리는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세 명이지만 하나의 상처에서 시작된 가족 서사영화를 처음 볼 때는 솔직히 이 세 사람이 자매 맞나 싶었습니다. 독실한 교인으로 완벽한 가정을 유지하려는 둘째 미연, 남편에게도 딸에게도 치이며 살아가는 꽃집 주인 첫째 희숙, 술만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극작가 셋째 미옥. 성격도, 살아가는 방식도 너무 달라서 처음엔 세 명의 각기 .. 2026. 5. 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