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23 올빼미 (주맹증, 소현세자, 류준열) 역사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면 재미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소현세자가 의문사했다는 건 역사책에 나오는 사실이고, 그걸 알면서 극장에 앉아봤자 긴장감이 없을 거라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올빼미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아는 결말이 오히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실감한 작품이었습니다.주맹증이라는 설정이 왜 이렇게 유효한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맹인 침술사가 주인공이라는 홍보 문구를 처음 봤을 때, 시각적 핸디캡을 스릴러의 긴장감 도구로 쓰는 흔한 장르 공식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주인공 경수가 앓고 있는 병은 주맹증입니다. 주맹증이란 밝은 환경에서는 시력이 거의 기능하지 못하고, 어두운 환경에서만 시각이 부분.. 2026. 5. 14. 밀수 리뷰 (70년대 밀수, 캐릭터 분석, 음악과 연출) 여름마다 반복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기대작을 보러 갔다가 "역시 기대가 너무 컸나" 싶은 씁쓸함을 안고 나오는 상황 말입니다. 류승완 감독에 김혜수·염정아·조인성 라인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그 불안이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엔 기우였습니다.해녀 밀수의 실제 배경, 왜 70년대인가영화를 보기 전에 한 가지 배경 지식을 알고 가시면 이야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밀수 역사는 1970년 관세청 발족을 기준으로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관세청 발족 이전인 60년대에는 탱크 엔진을 얹어 개조한 소형 선박, 이른바 쾌속정 밀수선이 활개를 쳤습니다. 당시 세관 단속선보다 세 배가량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고 하니,.. 2026. 5. 13. 베테랑2 리뷰 (빌런, 액션, 아쉬운점) 베테랑 2 실관람객 평점이 네이버 기준 6.76점입니다. 개봉 전 기대감이 정점을 찍었던 영화치고는 냉정한 숫자입니다. 저도 전날 밤 넷플릭스로 1편을 다시 보고 다음 날 아침 조조로 달려간 사람으로서, 극장을 나오며 일행과 나눈 첫마디가 "좀 아쉽다"였습니다.1편과의 연속성, 기대만큼 이어졌나속편이 나오면 저는 항상 전편과의 연계성부터 봅니다. 이른바 내러티브 연속성(Narrative Continuity)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러티브 연속성이란 전편에서 구축된 세계관과 캐릭터 관계가 후속 편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배우, 같은 팀, 같은 음악 테마까지 꺼내든 것을 보면 제작진도 이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실제로 오프닝 시퀀스에서 팀원들이 다시 모인 .. 2026. 5. 7. 영화 베테랑 (흥행 요인, 조태오, 권선징악) 혹시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이거 진짜 속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베테랑을 보고 딱 그랬습니다. 2015년 개봉 당시 1341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 작품은, 지금 다시 꺼내도 그 통쾌함이 전혀 바래지 않습니다.천만을 넘긴 흥행 요인베테랑이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사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솔직히 저도 이 정도 속도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개봉 열흘째 500만을 넘어서더니, 4주 차까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제작비 약 90억 원에 손익분기점(BEP)이 280만 명이었는데, BEP란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데 필요한 최소 관객 수를 의미합니다. 최종적으로 국내에서만 1051억 원을 벌어들였으니 제.. 2026. 5. 6. 세자매 (가족 서사, 트라우마, 구원) 가족 모임 자리에서 괜히 더 웃고, 더 밝게 굴었던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속은 뭔가 꽉 막힌 것 같은 그 기분. 영화 세자매를 보고 나서야 그 감각이 어디서 온 건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는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안에서 쌓인 상처가 어떻게 각자의 삶을 망가뜨리는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세 명이지만 하나의 상처에서 시작된 가족 서사영화를 처음 볼 때는 솔직히 이 세 사람이 자매 맞나 싶었습니다. 독실한 교인으로 완벽한 가정을 유지하려는 둘째 미연, 남편에게도 딸에게도 치이며 살아가는 꽃집 주인 첫째 희숙, 술만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극작가 셋째 미옥. 성격도, 살아가는 방식도 너무 달라서 처음엔 세 명의 각기 .. 2026. 5. 1. 파묘 리뷰 (무속신앙, 오니, 천만 영화) 무덤을 파헤친다는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이게 그렇게까지 볼 만한 영화야?' 싶었는데,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한 귀신 영화가 아니었거든요. 오늘은 파묘를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풀어봅니다.파묘가 건드린 무속신앙,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사실 저도 무속신앙이라고 하면 점집에서 부적받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풍수지리, 이장, 대살굿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깊은 전통 위에 서 있는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풍수지리란 산세와 물의 흐름, 바람의 방향 등 자연 지형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양 전통 사상입니다. 쉽게 말해 어디에 집을 짓고, 어디에 묘를 쓰느냐가 자손들의 운명까지 좌우한다는 믿음이지요. 영화 속 김상덕.. 2026. 4. 2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