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9월 14일, 평균 나이 17세의 학생 700여 명이 군함에 올랐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6.25 전쟁에서 학도의용군이 이렇게 큰 작전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교복을 입은 소년들이 총을 메고 적진으로 향하는 장면을 보면서, 같은 나이였다면 저는 과연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성동격서 작전으로 시작된 학도병의 운명
당시 대한민국 국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성동격서란 동쪽을 치는 척하며 서쪽을 공격하는 전술을 의미합니다. 맥아더 장군이 계획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북한군의 시선을 동쪽 장사 해안으로 돌리는 것이 바로 장사리 상륙작전의 핵심 목표였습니다.
육군본부 작전 174호라는 극비 명령에 따라 편성된 제1유격대, 일명 '명부대'는 대부분이 제대로 된 훈련조차 받지 못한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당시 지휘관이었던 이명흠 대위조차 이 작전의 진짜 목적을 몰랐다고 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 점이 특히 가슴 아팠는데, 학생들은 자신들이 미끼 역할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출격했다는 거잖습니까.
작전 당일, 학도병들은 일부러 대낮에 시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행진했습니다. 미군까지 동원해 마치 대규모 연합 상륙작전처럼 위장했죠. 북한군 정보망에 이 장면이 포착되도록 한 것입니다(출처: 국가보훈처). 하지만 문산호가 장사 해안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기상 악화로 약속된 함포 지원도 받지 못했고, 높은 파도 때문에 정상적인 상륙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학도병들은 밧줄을 직접 묶어 해안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집중 사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약 그 배 위에 있었다면 공포에 얼어붙었을 것 같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거든요.
4일간의 혈전, 그리고 희생
장사리 고지를 점령한 학도병들은 전차와 포병 지원을 받는 북한군 정예부대를 상대로 무려 4일 넘게 버텼습니다. 여기서 게릴라전이란 소규모 병력이 지형을 이용해 적의 보급로를 끊고 후방을 교란하는 비정규전을 말합니다.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학생들이 T-34 전차까지 상대하며 임무를 완수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북한군 2개 연대가 반격하러 오자, 이명흠 대위가 터널 폭파 작전을 결행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인민군 복장으로 위장해 잠입하고, 도폭선으로 터널을 폭파해 시간을 벌려는 계획이었죠. 도폭선이란 폭약을 연결해 한 번에 터뜨리는 뇌관 장치를 의미하는데, 이게 빠지면 아무리 발파기를 눌러도 폭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뇌관이 빠지는 위기 상황이 나오는데, 저는 이 장면에서 숨이 막혔습니다. 만약 폭파에 실패했다면 학도병들은 전멸했을 테니까요. 결국 이명흠 대위와 학도병들은 끝까지 뇌관을 지키며 터널 폭파에 성공했고, 이는 조치원호가 도착할 시간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철수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조치원호는 LST(전차상륙함)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안에 직접 접안할 수 없었고, 학도병들은 배까지 헤엄쳐 가야 했습니다. 북한군의 포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도크를 닫을 수밖에 없었고, 끝까지 방어 진지를 지키던 학도병들은 결국 전사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신파적 연출이 다소 과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인물은 소년원에 가기 싫어 학도병에 지원했다고 나오지만, 실제 학도병 지원 기준은 달랐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학도병은 주로 엘리트 학생들 중에서 선발되었고, 일부는 이미 실전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또한 영화에서 묘사된 무기나 전차, 전투 방식도 각색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는 핵심 메시지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쟁영화를 많이 봤지만, 장사리 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빅뱅의 TOP 최승현이 주연을 맡았는데, 첫 주연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대종상 영화제 한류인기상,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연기상까지 수상했죠. 권상우와의 호흡도 자연스러웠고, 차승원이 연기한 인민군 부대장 역할도 단순한 악역을 넘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사리 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실행되었고, 북한군의 병력과 보급을 장사리 쪽으로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700명 중 생존자가 절반도 안 되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지만, 이들의 희생 덕분에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고, 전세를 역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공짜로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책상에 앉아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아야 할 나이에, 총을 들고 적과 마주 서야 했던 학도병들. 그들의 눈빛은 얼마나 두렵고 떨렸을까요.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이런 역사가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