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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맨 (바넘, 뮤지컬 영화, 역사 왜곡)

by yooni-1 2026. 2. 26.

위대한 쇼맨 영화 포스터

솔직히 저는 휴 잭맨을 울버린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뮤지컬 영화를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위대한 쇼맨'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음악이 주는 감동은 예상 밖이었고, 바넘이라는 인물의 삶을 영화로 풀어낸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역사를 찾아보니 몇 가지 불편한 지점들이 있더군요. 오늘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매력과 함께, 역사적 인물을 다룰 때 생기는 윤리적 문제까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서커스를 만든 쇼맨, 바넘의 이야기

19세기 미국에서 서커스라는 장르를 만든 인물이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입니다. 여기서 서커스란 단순한 곡예가 아니라 동물 묘기, 마술, 그리고 독특한 외모의 사람들을 무대에 세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의미합니다. 바넘은 '프릭 쇼(Freak Show)'라는 형식으로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고용했고, 이를 통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출처: Britannica).

영화는 가난한 양복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바넘이 상류층 딸 채리티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신분의 벽을 넘어 결혼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로맨틱하게 그려지죠. 제가 인상 깊었던 건 바넘이 해고당한 뒤 박물관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담보 사기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다는 설정은 다소 거칠지만, 그만큼 절박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바넘은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쇼맨십(Showmanship), 즉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정을 움직이는 기획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여기서 쇼맨십이란 무대 위 퍼포먼스뿐 아니라 마케팅, 홍보, 관객 참여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연출 능력을 뜻합니다. 영화에서도 바넘이 단원들을 모집하고, 포스터를 붙이며,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굴하지 않고 쇼를 이어가는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휴 잭맨과 뮤지컬 영화의 완성도

휴 잭맨은 이 영화로 울버린이라는 고정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습니다. 제가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그의 노래와 춤 실력이었습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배우의 퍼포먼스는 곧 영화의 생명인데, 휴 잭맨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영화는 총 러닝타임 1시간 44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데, 이는 뮤지컬 넘버의 배치와 안무 구성이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This Is Me'라는 곡은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이 노래는 프릭 쇼 단원들이 자신들의 외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노래 자체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단원들의 서사가 음악과 맞물리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 곡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출처: The Academy).

영화의 영상미도 뛰어났습니다. 곡예 장면, 무도회 장면, 그리고 불타는 박물관 장면까지 모두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뮤지컬 영화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화려함 뒤에 가려진 역사적 사실들을 생각하면 마냥 즐길 수만은 없더군요.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과 관계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니어스 바넘(휴 잭맨): 서커스를 만든 쇼맨
  • 채리티 바넘(미셸 윌리엄스): 바넘의 아내
  • 필립 칼라일(잭 에프론): 바넘의 사업 파트너
  • 앤 휠러(젠데이아): 공중 그네 곡예사
  • 제니 린드(레베카 퍼거슨): 스웨덴 출신 가수

역사 왜곡과 미화의 문제

저는 이 영화가 바넘을 지나치게 미화했다고 봅니다. 실제 바넘은 프릭 쇼를 통해 장애인과 소수 인종을 착취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입니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서로를 가족처럼 아끼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바넘은 이들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제니 린드 캐릭터입니다. 실제 제니 린드는 스웨덴에서 존경받는 오페라 가수였고, 자선 활동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녀를 바넘에게 키스를 시도하는 불륜녀로 설정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불편했습니다. 실존 인물을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 건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픽(Biopic), 즉 실존 인물의 전기 영화는 항상 역사적 정확성과 극적 재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여기서 바이오픽이란 실제 인물의 삶을 소재로 한 전기 영화 장르를 의미합니다.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의 몰입을 위해 일부 사실을 각색하거나 생략하곤 하는데, '위대한 쇼맨'은 이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허구가 섞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제가 영화를 본 뒤 바넘의 실제 행적을 찾아보니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사업가로서는 성공했지만, 윤리적으로는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영화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건 아쉬운 지점입니다.

한 편의 뮤지컬 영화로서 '위대한 쇼맨'은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화려한 공연과 수준 높은 음악들은 분명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을 다룰 때는 그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순수하게 엔터테인먼트로만 접근하되, 실제 역사는 따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하면 영화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역사적 맥락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화려한 무대와 음악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는 여전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YGl8RGXMq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