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크루즈와 러셀 크로우가 동시에 나오는 영화가 실패할 수 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런 생각으로 큰 기대감을 안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느낀 감정은 짙은 아쉬움뿐이었습니다. 2017년작 <미이라>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대배우 두 명을 앞세우고도, 과도한 야심에 짓눌려 스스로 무너져 버린 영화입니다.
몬스터 유니버스의 화려한 서막, 칭찬할 만했던 오프닝의 탄탄함
사실 유니버설 픽처스는 자사가 보유한 고전 몬스터 지식재산권(IP)을 하나의 공유 세계관으로 묶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선언했었습니다. 드라큘라, 미이라, 늑대인간,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 등 유니버설의 역사적인 자산들을 한데 모으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다크 유니버스'였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아이언맨> 한 편을 시작으로 거대한 세계관을 쌓아 올린 것처럼, 유니버설 역시 이 <미이라>를 그 거대한 세계관의 첫 단추이자 허브로 선택해 성공 공식을 그대로 이식하려 했던 것이죠.
제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을 때도 오프닝만큼은 꽤 탄탄하게 잘 짜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대 이집트 아마네트 공주의 비극적인 배경과 성격, 악마 세트와의 위험한 계약, 그리고 살아있는 채로 미이라가 되어 봉인되기까지의 잔혹한 서사가 비교적 선명하고 강렬하게 제시됩니다. 전형적인 고고학 스릴러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앞으로 펼쳐질 투명인간이나 늑대인간, 반 헬싱 등으로 이어질 후속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품게 만드는 영리한 도입부였습니다.
본편을 희생시킨 과도한 월드 빌딩과 개연성의 붕괴
문제는 영화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후속작들의 배경과 조직, 규칙을 깔아두는 '세계관 구축'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본편의 서사를 단단히 다지기도 전에 무리하게 다음 시리즈의 밑밥을 뿌려대는 과욕은 결국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지킬 박사와 그의 비밀 기관 '프로디지엄'이 극 중간에 들이닥치는 순간부터 영화는 본래의 팽팽했던 긴장감을 순식간에 잃어버립니다. 세상의 괴물과 초자연적 위협을 연구하고 제거한다는 거창한 조직이지만, 정작 지킬 박사의 행동 논리는 관객을 전혀 설득하지 못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지킬 박사의 판단이 나오는 장면에서 실제로 깊은 탄식을 뱉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간신히 봉인되어 있던 죽음의 신 세트를, 단순히 연구 목적으로 일단 세상에 불러내 보자는 그의 무모한 결론은 관객의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네트를 곧바로 제거하면 세트와의 계약 자체가 소멸될 수 있는 명확한 길이 있음에도, 굳이 인류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선택을 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습니다.
캐릭터 구성의 구멍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동료 베일 병장은 그저 단순한 장면 전환용 유령 도구로만 소비되고, 여주인공의 행동 동기는 시시각각 앞뒤가 맞지 않으며,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 닉이 죽음의 신을 별다른 전조나 서사적 설명도 없이 오직 정신력 하나로 제압하는 순간 영화의 서사적 개연성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립니다. 결국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의 뼈아픈 흥행 성적표가 이 구조적 실패를 고스란히 증명합니다.
기획의 실패가 남긴 반면교사, 그럼에도 빛바랜 배우들의 역량
개봉 이후 지금까지 다크 유니버스의 공식 후속작은 단 한 편도 발표되지 못했습니다.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 시리즈가 사실상 완전히 동결된 것인데, 이는 단일 영화의 완성도를 고려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기획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결국 유니버설은 이 흥행 참패 이후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했고, 이후 개봉한 <투명인간>(2020)에 이르러서는 무리한 세계관 확장 대신 단독 공포 영화로서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투명인간>은 이 전략 변경 덕분에 평단과 흥행 모두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니, <미이라>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고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어준 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되돌아보며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부분은, 역량이 차고 넘치는 대배우들의 연기가 부실한 시나리오에 발목을 잡혔다는 점입니다. 톰 크루즈 특유의 익살스러우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액션 연기는 붕괴해 가는 영화 후반부 속에서도 간간이 숨통을 트여주었고, 러셀 크로우가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감 역시 분명히 살아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막강한 연기력조차 스토리텔링의 거대한 구멍을 전부 메우기엔 명백히 역부족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순수한 액션 호러의 재미를 기대하기보다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역사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이 어떻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는지 그 맥락을 확인하는 '조사' 차원의 목적으로만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킬링타임용 스릴러를 찾으신다면 차라리 전략을 바꾼 유니버설의 또 다른 선택지인 <투명인간>을 보는 편이 훨씬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좋은 영화는 세상에 언제나 많고, 우리의 두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