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2 실관람객 평점이 네이버 기준 6.76점입니다. 개봉 전 기대감이 정점을 찍었던 영화치고는 냉정한 숫자입니다. 저도 전날 밤 넷플릭스로 1편을 다시 보고 다음 날 아침 조조로 달려간 사람으로서, 극장을 나오며 일행과 나눈 첫마디가 "좀 아쉽다"였습니다.
1편과의 연속성, 기대만큼 이어졌나
속편이 나오면 저는 항상 전편과의 연계성부터 봅니다. 이른바 내러티브 연속성(Narrative Continuity)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러티브 연속성이란 전편에서 구축된 세계관과 캐릭터 관계가 후속 편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배우, 같은 팀, 같은 음악 테마까지 꺼내든 것을 보면 제작진도 이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오프닝 시퀀스에서 팀원들이 다시 모인 장면은 반갑고 신났습니다. 1편에서 입었던 그 점퍼를 다시 꺼내 입고 나타난 모습에서는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1편 조태오 검거 이후 약 8~9년이 흐른 설정인데, 세월이 지났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점은 분명히 보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편의 주요 조연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하지만, 그 변화된 모습이 1편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1편의 기자 캐릭터가 유명 유튜버로 변신한 설정은 현실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는 가지만, 제가 기억하는 그 인물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속편에서 캐릭터 변화는 성장의 서사로 받아들여지지만, 저는 이번 경우만큼은 그렇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정해인의 빌런 연기, 그러나 서사가 없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단연 정해인 배우의 빌런 연기입니다. 제가 직접 보니 액션 실력과 눈빛 연기만큼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초반 남산 파쿠르 시퀀스는 정말 압도적이었는데, 파쿠르(Parkour)란 도시 지형지물을 장애물 없이 이동하는 프랑스 발원의 신체 훈련 기법으로, 프리러닝이라고도 불립니다. 계단을 날듯이 내려오는 장면에서 음악까지 맞아떨어지면서 가슴이 울렸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비질란테(Vigilante)적 설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비질란테란 공권력의 한계를 넘어 개인이 사적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 유형을 가리키며,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다뤄온 소재입니다. 이 캐릭터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출소한 범죄자들을 피해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응징한다는 설정 자체는 현 사회 분위기와 맞닿아 있어서 공감 포인트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인물이 왜 그렇게 됐는지, 어떤 계기로 그 길을 걷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빌런의 설득력은 그 인물의 서사적 밀도(Narrative Density)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서사적 밀도란 캐릭터의 과거와 동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묘사되는지를 뜻합니다. 조태오가 9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빌런은 액션에서는 합격점이지만, 왜 악인이 됐는지 명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것이, 개봉 이후 대다수 관람객의 후기가 이 지점을 똑같이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액션 연출, 류승완은 류승완이다
아쉬운 점들이 있다고 해도, 액션 연출만큼은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 정도 액션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우중 격투 시퀀스는 빗속이라는 물리적 환경과 타격감이 결합되면서 시각적 몰입감이 극대화됐습니다.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류승완 감독 특유의 분할 초점 컷(Split Focus Cut) 기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분할 초점 컷이란 전경과 배경을 동시에 선명하게 담기 위해 피사계 심도를 분리하는 촬영 기법으로, 관객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은근히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메인 빌런이 숨겨진 미스터리 누아르적 구조에서 이 기법은 꽤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베테랑 2의 액션 장점과 아쉬운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남산 파쿠르 추격 시퀀스: 속도감과 음악의 싱크가 뛰어남
- 우중 격투 장면: 타격감과 몰입감이 영화 전체 최고 수준
- 황정민의 한국식 육탄전: 전편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
- 팀원들의 역할 비중: 전편 대비 현저히 축소되어 아쉬움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베테랑 1편은 2015년 개봉해 최종 관객 수 1,341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상위권에 올랐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속편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그 기대치가 오히려 독이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 잃은 것들
베테랑 2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재 과부하입니다. 학교폭력, 사적 제재 유튜버, 솜방망이 처벌, 비질란테 정의 구현, 증인 보호 등 지금 사회가 주목하는 이슈들을 한 편 안에 다 넣으려 했습니다. 하나하나는 영화 한 편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소재인데, 그걸 동시에 다루다 보니 어느 것도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영화 비평 용어로 이런 현상을 서사 분산(Narrative Fragmentation)이라고 합니다. 서사 분산이란 여러 주제와 플롯이 충분한 해소 없이 공존하면서 관객의 감정이입 경로가 흐트러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1편이 조태오라는 악인 하나에 집중해서 카타르시스를 명확하게 설계했다면, 2편은 사회 문제를 폭넓게 조명하려다가 그 카타르시스가 분산 돼버린 느낌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결말이었습니다.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후련함 없이 영화가 끝났을 때, 솔직히 허탈함이 먼저 왔습니다. 1편에서 조태오를 잡고 나오던 그 감각과 비교하면, 이번 엔딩은 임팩트가 너무 약했습니다. 영화의 상영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몰입도를 높이는 방향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국내 영화 관람객 행동 분석 연구에 따르면, 속편 영화에 대한 관객 만족도는 전편 대비 기대 충족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테랑 2의 평점 하락이 단순한 영화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높은 기대치와의 간극에서 비롯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베테랑 2는 분명 볼 만한 영화입니다. 저도 정해인의 액션과 우중 격투 장면만큼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1편을 사랑하는 팬으로서는, 그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추석 연휴 오락 영화로는 충분한 선택지지만, 1편의 그 후련함을 기대하고 가신다면 미리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보시는 걸 권합니다. 쿠키 영상에서 허준호 배우의 한 마디가 많은 것을 대신 말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