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 3을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처음 든 생각은 "재미는 있었는데, 뭔가 아쉽다"였습니다. 마동석 님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은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극장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1·2편 때만큼 가볍지는 않았거든요. 그 아쉬움의 정체가 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서야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천 항만부터 광수대까지, 3편이 만들어진 맥락
2023년 개봉한 범죄도시 3은 2015년 인천 인천항만공사의 협조를 받아 실제 인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배경 선택이 아니라, 시리즈 특유의 리얼리티를 지켜내기 위한 제작진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실제 공간에서 찍은 장면과 세트 촬영의 질감 차이는 생각보다 크거든요. 저도 처음 영화를 보면서 "이거 진짜 장소 아닌가?" 싶었던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실제로 맞았습니다.
이번 편에서 마석도는 금천서 강력 1반을 떠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로 이동합니다. 이 세계관 확장은 마동석 배우가 강하게 밀어붙인 설정이라고 하는데요. 광수대(광역수사대)란 일반 경찰서 관할을 넘어서는 광역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 조직으로, 마석도 같은 캐릭터가 더 큰 사건을 다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무대입니다. 나중에 금천서와 광수대의 공조 가능성도 언급됐다고 하는데, 저도 그 아이디어에는 완전 찬성입니다.
새로운 팀원들도 눈에 띕니다. 광수대 팀장 장태수는 "경찰은 실적으로 증명한다"는 설정을 가진 인물인데, 전일만 반장이 조용히 실속 챙기는 스타일이었다면 장태수는 정반대입니다. 이런 대비가 팀 케미를 만들어내는 장치인 건데, 제 경험상 이런 설정이 살아나려면 러닝타임 안에서 충분히 숨을 쉬어야 합니다. 그게 이번 편에서는 조금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이준혁과 쿠니무라 준, 빌런 캐릭터 설계의 명암
이번 3편 빌런 설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빌런 이원화 구조입니다. 빌런 이원화 구조란 메인 빌런과 서브 빌런을 동시에 배치해 두 세력이 각자의 목적으로 충돌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단순한 선악 대결보다 훨씬 복잡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1편의 장첸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2편의 강해상이 냉혹한 잔혹함으로 기억에 남았다면, 3편은 지능형 빌런 주성철과 일본 야쿠자 리키라는 전혀 다른 결의 두 캐릭터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이준혁 배우가 연기한 주성철은 제가 봤을 때 캐릭터 설계 자체는 시리즈 최고 수준입니다. 20kg 벌크업(단기간에 근육량과 체중을 늘리는 증량 훈련)을 통해 물리적인 위협감을 갖추면서도, 매 순간 머리를 굴려 상황을 자기 유리하게 바꾸려는 지략가의 면모를 동시에 보여줬거든요. 주성철의 초반 여유로운 표정과 후반 동공이 커지는 순간의 대비는 이준혁 배우가 직접 설계한 연기 디테일이라고 하는데, 그 포인트는 실제로 극장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쿠니무라 준 배우가 연기한 리키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골반과 무릎 통증으로 걷는 동작이 어색했는데 오히려 그게 야쿠자 특유의 포스로 살아났다고 하니,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케미스트리가 따로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직접 일본 무술팀을 찾아가 액션 연습을 하고 왔다는 열정도 화면에서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문제는 이 두 캐릭터를 동시에 충분히 소화하기엔 러닝타임이 너무 빠듯했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빌런 이원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빌런이 독자적인 위협을 충분히 쌓아 올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3편에서는 그 시간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두 캐릭터 모두 장첸·강해상보다 인상이 옅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3편에서 주목할 비하인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준혁 배우의 첫 촬영 장면은 폐차장 씬으로, 20kg 증량 상태에서 촬영된 장면입니다.
- 마동석 배우의 애드리브 대사가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다수 포함됩니다.
- 진실의 방 장면은 금천서 팬들을 위해 광수대 버전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 주성철이 경찰에게 총을 쏜 장면은 후반 탄환 부족 복선으로 설계된 장치입니다.
- 클럽 씬의 분위기 형성을 위해 개그우먼 두 분이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리즈의 전망, 그리고 남겨진 숙제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제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에서 하나의 IP(지식재산권)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서 IP(지식재산권)란 영화, 캐릭터, 세계관 등 콘텐츠 자산을 말하는데, 잘 관리된 IP는 단편적인 영화 한 편을 넘어 시리즈 전체의 흥행 기반이 됩니다. 범죄도시는 그 구조를 매우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범죄도시 시리즈의 누적 관객 수는 국내 시리즈물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데이터에 따르면 3편은 개봉 직후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시리즈의 흥행 파워를 다시 입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다만 4편을 보고 나서 다시 돌아보면, 3편이 남겨 놓은 숙제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앙상블 케미스트리(여러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집단 시너지)가 약해질수록 시리즈의 매력이 희석된다는 것입니다. 앙상블 케미스트리란 단독 주연이 아니라 팀 구성원 각자가 역할을 갖고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집단적 매력을 의미합니다. 1편의 금천서 강력 1반이 그토록 기억에 남는 건 마석도 혼자여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동료들과의 호흡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트렌드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캐릭터 앙상블 구성이 재관람률과 입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5편 이후에도 이 시리즈가 지금의 힘을 유지하려면, 마석도 1인 의존도를 낮추고 주변 캐릭터들이 함께 숨 쉬는 구조를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동석 님의 뒤태 장면이 4편에서 짧아졌고 5편부터는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저는 그 뒤태보다 팀 케미스트리를 먼저 걱정했습니다.
재미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가 시리즈 전체에 걸쳐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려면, 3편에서 드러난 아쉬움들을 4편, 5편이 어떻게 보완해 나가는지가 결국 이 시리즈의 수명을 결정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도시 5, 6편까지 간다면 그때 마석도 혼자가 아닌 진짜 팀의 활약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