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아이와 뭘 볼까 고민하다가 마다가스카 시리즈가 생각났습니다. 1편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2편도 틀어놨는데, 생각보다 아이보다 제가 더 빠져들어서 봤던 것 같습니다. 특히 펭귄들의 활약이 더 많아진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알렉스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더욱 입체적으로 전개되더군요.
뉴욕 스타에서 아프리카 왕자로, 알렉스의 정체
영화는 알렉스가 어렸을 때 아프리카 초원의 왕인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밀렵꾼에게 납치되어 뉴욕 동물원으로 팔려간 과거를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저는 이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서 라이온 킹이 살짝 떠올랐는데요. 실제로 왕의 아들이 고난을 겪고 돌아온다는 내러티브 구조가 유사하긴 합니다.
비행기 불시착으로 우연히 아프리카에 도착한 알렉스는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초원을 둘러보다가, 애교점이 똑같은 사자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아버지 주바였죠. 여기서 주바(Zuba)라는 캐릭터는 프라이드(Pride)라고 불리는 사자 무리의 알파 메일(Alpha Male)입니다. 여기서 알파 메일이란 동물 사회에서 가장 높은 서열을 가진 수컷을 의미하는데, 무리를 이끌고 영역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알렉스는 아버지로부터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었지만, 만년 2인자였던 사자 마쿵가의 방해로 성인식에서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알렉스가 싸움 대신 춤을 추는 장면에서 저는 솔직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뉴욕 동물원에서 관객들 앞에서 쇼를 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거죠.
펭귄 4인방, 이번엔 조종사까지
전작에서도 독특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펭귄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줍니다. 특히 비행기 조종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설명서도 제대로 안 보고 "깜빡이가 깜빡인다"며 태평하게 있다가 엔진이 꺼지자 당황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거든요.
펭귄들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리더십(Leadership)과 카리스마를 발휘합니다. 여기서 리더십이란 조직이나 집단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말하는데, 펭귄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명확한 지시를 내리며 상황을 장악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들의 매력 포인트는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다"라고 믿고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었습니다.
이들은 아프리카에 불시착한 후에도 다시 비행기를 고치기 위해 관광객들의 차량을 털고, 부품을 구하고, 심지어 카지노까지 만들어냅니다. 이런 서브플롯(Sub-plot)은 메인 스토리와 별개로 진행되지만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서브플롯이란 주요 이야기 외에 따로 전개되는 부차적인 이야기 구조를 의미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솔직히 이 펭귄들 때문에 나중에 개별 스핀오프 작품이 나왔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펭귄들만 따로 모은 영화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또 볼 의향이 있습니다.
20년 전 애니메이션이지만 흥행하는 이유
마다가스카 2는 2008년 작품이니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연식입니다. 당연히 요즘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그래픽이나 연출이 올드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가진 세계관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먹이 사슬을 뛰어넘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 어울리는 설정, 고작 원숭이 주제에 사자를 압도하는 킹 줄리안, 세계관 최강자급인 펭귄들까지. 이런 설정들이 현실성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도 "엄마, 펭귄이 왜 저렇게 세?" 하면서 계속 웃더군요.
물론 깊이 있는 메시지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디즈니의 라이온 킹처럼 "생명의 순환"이나 "책임" 같은 무게감 있는 주제보다는, 가족의 재회와 우정 정도가 주된 테마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모든 작품이 교훈을 주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때로는 이렇게 머리 비우고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도 필요합니다.
코미디 애니메이션의 경우 타이밍(Timing)이 중요한데, 이 작품은 개그 타이밍이 정말 좋습니다. 타이밍이란 대사나 액션이 나오는 순간을 정확하게 조절하여 웃음을 극대화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펭귄들이 비행기를 추락시키고 나서 "완벽한 착지"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할머니가 갑자기 돌려차기를 하는 장면 같은 경우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재미가 반감됐을 겁니다.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알렉스의 출생 비밀과 왕위 계승 갈등이라는 메인 스토리
- 펭귄들의 비중 확대와 코믹한 서브 스토리
- 실력파 성우진의 뛰어난 보이스 액팅
- 현실성은 없지만 흥미로운 세계관 설정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보고 싶을 때 추천드리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요즘처럼 머리가 복잡한 날엔 이런 가벼운 코미디 애니메이션이 오히려 힐링이 되더군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깔깔 웃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볼 영화를 찾으신다면 마다가스카 2도 한번 고려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